▶세월아 비켜서 너만 혼자 가거라◀
글♧청호 윤봉석
아름다운 일생처럼 살고 싶으니 아까운 청춘은 되돌려 놓고 세월아 너만 혼자만 비켜 가거라
늙을수록 더 빨갛게 빛을 내며 생을 마감하며 땅에 떨어질 때 뒷모습까지 아름다운
적색의 단풍으로 살고 싶으니 꿈많던 젊음을 되돌려 놓고 열두 달 달력아 너 혼자 넘겨라
고목이 될수록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홍매화처럼 살아가는 나이니 꽃피던 시절은 멈추게 하고 낙엽 지는 시절아 너만
가거라
오래 묵은 향나무의 향기가 더 진하듯 나이 들어도 인생의 향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으니
아름다운 추억은 멈추게 하고
시곗바늘아 너만 혼자 돌거라
수없이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길섶에 흔해빠진
민들레처럼
수난을 겪으며 살아온 인생이니
사랑할 때 행복은 멈추어 살고 이별할 때 아픔아 너만 혼자 가거라
아직은 비 오는 날엔
빨간 우산을 쓰고 빨간 구두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고 싶은
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나이니
즐거웠던 순간은 멈추게 하고 불행했던 순간아 너만 혼자 가거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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